#사망로그
꽃은 나비를 동경했다.
꽃은 나비가 되고 싶었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꼭 그처럼 되기를 희망했다.
떨어져 팔랑이는 꽃잎을 보곤 그것이 꼭 나비 같다고. 저 역시 그리 될 수 있을것이라 여겼다.
이미 다 스러진 생명인 줄도 모르고.

최후는 공멸이었다. 최선이라는 말 속에 숨긴 비겁이었다. 무너져 내리는 잔해 속에서, 그 애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이를 궁금해 하는 것 조차 기만일 테지. 위를 올려다보아도 떨어지는 파편 뿐. 하늘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조차도 제게 푸른 하늘은 허용되지 않았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분명 나도, 저들도. 추구하는 것은 같을 터인데… 왜 이리 되어버렸을까.
그저 자유를 바랄 뿐이었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어떠한 제약도 없이 살 수 있는 삶. 다른 사람들에게 애정을 갈구하려 저를 누르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괜찮은 삶. …그래,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코메르치오라는 이름 하에 묶여 있는 제게는 이룰 수 없는 꿈이었으며, 추구할 수 없는 가치였다. 제 가문은, 출신은… 그들이 그리도 무너트리고자 하는 제 위치는. 제게는 도리어 속박이었다. 이는 혁명을 통해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혁명을 통해 귀족들이 사라지면, 그 다음은? 코메르치오 가가 사라진다 해도, 저를 묶고 있는 아버지가 사라진다 해도. 분명 혁명의 주역들은 칭송을 받을 테다. 귀족인 제가 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끼어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따라올 유명세가 존재하는 이상 혁명은 절대 제게 자유를 가져다 줄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저는 혁명을 위해 넘어야만 하는 장애물을 절대 넘을 수 없었다. 아버지께서 제 위에 군림하시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약속받은 대로 가문을 떠난다. 새의 주인이 새장의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글쎄. 한 명을 놓쳐버린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분명 그 일로 책잡혀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갈 터였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 곳에 함께 묻히자. 너희를 살려 보낼 수도 없고, 나 역시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면… 함께 이 곳에 잠들자. 이기적인 생각임을 알아. 들어줄 수 없는 억지임을 알아. 그럼에도 마지막 만큼은 너희와 함께이고 싶어서. 비록 전과 같이 웃을 수는 없어도, 나는 너희를 친구라 여겼으며 여전히 그러기를 바라고 있기에.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 천천히 눈을 감는다. 어쩌면 죽음이란 새장 속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제가 추구하던 가치는 이루어졌다 볼 수 있겠지. 비록 온전치 못한 형태이더라도. -그러니 감히 너희가 추구하는 가치 역시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더이상 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존재하지 않기에 뒤늦게라도 진심을 마주해 본다. 이제서야, 마음 편히. 너희의 뜻은 이루어질 거라고,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한결같이 반짝여온, 동경하는 나의 나비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