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로그
@엘츠비타 루첸테 쉬프

새는 날개가 꺾이면 날지 못한다. 영원히 새장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
나비도, 사람도 다를 바 없다. 날개가 찢기면, 딛고 설 두 다리를 잃으면…
달리 생각해 보자. 자유 의지를 잃은 자가 아닌, 그 상대의 입장에서. 새의 주인은 새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 꽃 역시 더 이상 나비가 떠날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필히 사람 역시 마찬가지리라.
제 곁을 떠나가려는 사람을 붙잡기 위해서는, 딛고 설 방법을 잃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제게 남은 어쩌면 단 한 사람. 친우라는 이름 하에 서 있는 유일한 인물. 그녀 역시 언제 저를 떠날 지 모른다. 그녀를 믿음에도 불안을 잠재울 수 없는 까닭은, 우리가 언제나 안전할 수는 없기 때문일 터였다. 이는, 제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 아아, 그래. 상징을 새기자. 제게서 떠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족쇄가 되어줄, 우리가 영원히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엘츠비타 곁의 보랏빛 나비 한 마리가 평소와는 다른 궤적을 그리며 나아간다. 늘상 머물던 어깨를 지나 허리, 손목, 무릎… 마침내 발목에 닿았을 때.
마법으로 이루어진 나비는 그 효력을 다한다.
… 엘, 너만은 나를 이해할 거라 믿어.
부디 네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뜻을 알아챘을 것이라고.